된장·청국장 한 숟갈에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은 왜 갱년기 여성과 뼈 건강에 주목받을까요?
그리고 왜 하필 ‘발효된’ 콩이 더 좋다고 할까요?
그 답을 국내외 연구 데이터로 풀어봅니다.

콩보다 ‘발효된 콩’이 주목받는 이유
콩이 몸에 좋다는 말은 익숙합니다. 그런데 최근 영양학 연구들은 조금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합니다. 같은 콩이라도 발효를 거친 된장·청국장이 그냥 콩보다 특정 건강 성분을 더 잘 흡수되는 형태로 바꿔놓는다는 것입니다.
그 중심에 있는 성분이 바로 이소플라본(isoflavone) 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소플라본이 무엇인지, 왜 발효가 이 성분을 ‘업그레이드’하는지, 그리고 실제 연구에서 어떤 건강 기능성이 보고되었는지를 근거와 함께 정리하겠습니다. (된장이 발효되는 미생물학적 과정 자체가 궁금하다면 된장 숙성 중 일어나는 발효 미생물의 과학적 원리 글을 함께 보면 이 글이 훨씬 잘 이해됩니다.)
이소플라본이란 무엇인가 — ‘식물성 에스트로겐’
이소플라본은 콩류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폴리페놀 계열 물질로, ‘식물성 에스트로겐(phytoestrogen)’ 이라고도 불립니다. 화학 구조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해서, 우리 몸속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약하게 결합해 유사한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이소플라본 성분으로는 다이드제인(daidzein), 제니스테인(genistein), 글리시테인(glycitein) 이 있습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콩을 먹을 때 우리가 이미 섭취하고 있는 성분들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등장합니다. 이소플라본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합니다.
배당체(glycoside) 형태 — 이소플라본에 당(糖)이 붙어 있는 상태입니다. 분자가 크고, 우리 몸이 바로 흡수하기 어렵습니다.
비배당체(aglycone) 형태 — 당이 떨어져 나간 상태입니다. 분자가 작아 장에서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흡수됩니다.
바로 이 차이가, 발효 식품이 주목받는 핵심 이유입니다.
발효의 마법 — 흡수 잘 되는 형태로 바뀐다
콩을 그냥 먹으면 이소플라본의 대부분이 흡수가 더딘 ‘배당체’ 형태입니다. 그런데 된장·청국장을 만드는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이 분비하는 효소(β-glucosidase)가 이소플라본에 붙어 있는 당을 떼어내면서, 흡수가 잘 되는 ‘비배당체(아글리콘)’ 형태로 전환됩니다.
이 전환이 실제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는 데이터로 확인됩니다.
국제 연구에서도 일관된 결과가 나옵니다. Zubik & Meydani(2003)는 아글리콘 형태의 이소플라본이 배당체 형태보다 더 효율적으로 흡수된다고 보고했고,¹ Okabe 등(2011)의 연구 역시 아글리콘이 풍부한 발효 대두의 이소플라본이 더 빠르고 더 많이 흡수됨을 확인했습니다.² 즉 “발효가 흡수율을 높인다”는 것은 국내외 연구가 공통으로 지지하는 결론입니다.
국내 데이터는 더 구체적입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대두 가공식품 14개 품목 71건을 분석한 결과, 청국장의 비배당체 이소플라본 함량이 1kg당 315.0mg으로 조사 품목 중 가장 높았습니다. 청국장의 총 이소플라본은 818.49mg/kg으로 중상위 수준이었지만, 그중 38.49%가 흡수 잘 되는 비배당체 형태였다는 점이 핵심입니다.³
특히 흥미로운 건 한국식 청국장이 일본식 낫토(비배당체 39.1mg/kg)의 약 8배에 달했다는 점입니다. 연구원은 이를 “발효 방식과 사용 균주, 발효 기간의 차이”로 설명했습니다.³ 같은 발효콩이라도 어떻게 발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린다는 뜻입니다.
전통 방식 vs 개량식 — 형태가 다르다
발효 방식에 따른 차이는 국내 학술 연구에서도 확인됩니다. 저장 기간에 따른 전통된장과 개량식 된장을 비교한 연구를 보면, 전통된장과 개량식 된장은 함유하는 이소플라본의 ‘형태’ 구성이 서로 다르게 나타났습니다.⁴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 균총과 제조 방식이 최종 성분 프로파일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 전통 콩 발효식품(된장·간장·고추장)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세 장류가 당 함량과 이소플라본 함량에 따라 명확히 그룹으로 구분되었습니다.⁵ 즉 어떤 장이냐에 따라 이소플라본 특성이 다르다는 의미로, “장류는 다 비슷하겠지”라는 통념과는 다릅니다.
이소플라본의 건강 기능성 — 연구가 말하는 것
이소플라본에 대해 여러 건강 기능성이 연구되어 왔습니다. 다만 여기서 매우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연구에서 ‘보고된’ 것이며, 상당수가 실험실·동물 실험 또는 역학(관찰) 연구 단계라는 점입니다. “장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식의 단정은 과학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이런 전제를 두고, 연구에서 주로 다뤄진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뼈 건강(골다공증 예방) — 이소플라본이 약한 에스트로겐 활성을 통해 뼈세포 증식을 돕고, 폐경·노화에 따른 뼈 손실 예방에 유용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⁶ 국내에서도 대두 이소플라본은 ‘뼈 건강’과 관련한 기능성 원료로 다뤄져 왔습니다.⁷
갱년기 건강 —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구조 덕분에, 폐경기 여성 건강 관련 소재로 꾸준히 연구되어 왔습니다.⁷
항산화 작용 — 이소플라본은 항산화 물질로서 활성산소(ROS)를 억제하는 효과가 연구되고 있습니다.
기타 방향 — 심혈관 건강, 일부 암세포 관련 연구 등도 진행되어 왔으나, 이들은 대부분 초기 단계 연구로 사람 대상의 확정적 결론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소플라본은 뼈·갱년기·항산화 쪽에서 비교적 근거가 쌓여 있고, 발효는 이 성분을 ‘더 잘 흡수되는 형태’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입니다.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 구분 | 내용 |
|---|---|
| 이소플라본이란 | 콩류의 폴리페놀, ‘식물성 에스트로겐’ |
| 주요 성분 | 다이드제인, 제니스테인, 글리시테인 |
| 배당체 vs 비배당체 | 비배당체(아글리콘)가 흡수율 높음 |
| 발효의 역할 | 효소가 당을 떼어내 비배당체로 전환 |
| 청국장 비배당체 함량 | 315.0mg/kg (조사 품목 중 최고, 낫토의 약 8배)³ |
| 연구된 기능성 | 뼈 건강, 갱년기, 항산화 (다수 실험실·역학 단계) |
“콩의 이소플라본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전통 발효’다.”
그래서,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
이소플라본을 더 잘 활용하고 싶다면 방향은 분명합니다. 그냥 콩보다는 발효된 콩 식품(된장·청국장) 이 흡수 면에서 유리합니다. 특히 청국장은 데이터상 비배당체 이소플라본 함량이 높은 편입니다.
다만 현실적인 균형도 필요합니다. 된장·청국장은 이소플라본이 풍부한 동시에 나트륨(소금)도 높은 식품입니다. 건강 기능성만 보고 과하게 먹으면 나트륨 과다 섭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저염 전통 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 주제는 저염 전통 장, 건강을 위한 현대적 재해석 글에서 따로 자세히 다룹니다.) 이소플라본의 이점은 챙기되 나트륨은 조절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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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숙성 중 일어나는 발효 미생물의 과학적 원리 — 이소플라본을 전환시키는 주역, 미생물과 효소의 세계를 다룹니다.
씨간장의 비밀: 종가에서 대물림되는 장맛의 과학 — 오래 발효된 전통 장이 지닌 가치를 과학적으로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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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및 출처
- Zubik, L. & Meydani, M. (2003). “Bioavailability of soybean isoflavones from aglycone and glucoside forms.”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 아글리콘 형태의 흡수 효율 우위 보고.
- Okabe, Y. et al. (2011). “Higher bioavailability of isoflavones after a single ingestion of aglycone-rich fermented soybeans.” Journal of the Science of Food and Agriculture — https://pubmed.ncbi.nlm.nih.gov/21104834/
-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대두류 가공식품 14개 품목 71건 이소플라본 분석 — 청국장 비배당체 이소플라본 315.0mg/kg(조사 품목 최고, 낫토의 약 8배). 관련 보도: https://www.datasom.co.kr/news/articleViewAmp.html?idxno=204579
- “저장기간에 따른 전통된장과 개량식 된장의 품질 특성 및 이소플라본 조성” — 전통/개량식 된장의 이소플라본 형태 구성 차이 분석.
- “한국 전통 콩 발효식품에 함유된 당 및 이소플라본 함량” (KCI 등재) — 된장·간장·고추장의 성분 그룹 구분. https://www.kci.go.kr
- 대두영양 및 기능성성분 자료(soynet.org) — 이소플라본과 골다공증 예방 관련 연구 정리.
- 최용범 등 (1998), “발효식품 중 이소플라본 함량” 한국식품과학회지 및 관련 국내 연구 — 된장·청국장의 이소플라본 함량, 뼈·갱년기 관련 기능성.
※ 본문에 소개된 이소플라본의 건강 기능성은 연구에서 보고된 내용으로, 상당수가 실험실·동물 실험 또는 관찰 연구 단계입니다. 특정 질병의 예방·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건강 관련 판단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