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장류와 현대 저염 건강식의 접점: 나트륨 함량을 다시 읽다

“장은 짜서 나쁘다”는 말, 정말 맞을까?

건강검진에서 혈압 수치를 본 뒤, 냉장고 속 된장과 간장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이거 다 짜서 몸에 안 좋은 거 아닌가?”

틀린 걱정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나트륨 섭취에서 소금·간장·된장·고추장 같은 양념류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8.3%**에 달한다.¹ 장류가 ‘짠 음식’의 대표 주자인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은 조금 더 복잡하고 흥미로운 그림을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장류의 나트륨을 20~30% 줄이자는 저감화 기준이 마련되고 저염 장이 속속 출시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발효된 장의 나트륨은 일반 소금과 다르게 작용한다”는 반론이 과학적 근거와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 글은 어느 한쪽 편을 들기보다, 전통 장류의 나트륨을 둘러싼 두 관점을 나란히 놓고 데이터로 균형 있게 읽어보려 한다. 그리고 그 접점에서 우리가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태도를 함께 생각해본다.

1. 팩트 체크 — 장류의 나트륨은 실제로 얼마나 될까

먼저 정확한 숫자부터 보자. 경북대·영남대 연구팀이 전국 10개 지역의 가정식·단체급식·외식에서 장류 600개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100g당 나트륨 함량은 다음과 같았다.¹

장 종류나트륨 함량(100g당)염도
간장5,827.2mg14.65%
된장4,431.0mg10.99%
쌈장3,010.9mg7.35%
고추장2,401.5mg5.71%

간장이 가장 짜고, 이어 된장·쌈장·고추장 순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2,000mg(소금 5g)임을 감안하면, 간장 100g에는 하루 권장량의 세 배 가까운 나트륨이 들어 있는 셈이다.

다만 여기서 놓치기 쉬운 함정이 있다. 100g당 함량이 높다고 실제 섭취량도 그만큼 높은 것은 아니다. 간장이나 된장은 한 번에 100g씩 먹는 음식이 아니라 소량을 조미료로 쓰는 재료다. 실제로 같은 연구에서 1인분 기준 나트륨은 된장찌개 813mg, 배추김치 252mg 정도로, 100g당 수치와는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¹ 즉 “염도가 높은 것”과 “실제로 많이 먹게 되는 것”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2. 저염의 흐름 — 정부와 산업이 움직이다

과다한 나트륨 섭취가 고혈압·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점은 널리 확립된 사실이다. 우리 국민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11년 4,756.7mg에서 2017년 3,478.3mg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충분섭취량의 2.3배 수준이다.¹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1단계로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앞서 소개한 연구팀은 장류의 나트륨 저감화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¹

간장은 100g당 4,500mg(염도 12%) 이하, 된장은 3,500mg(9%) 이하, 고추장은 2,000mg(5%) 이하, 쌈장은 2,500mg(6%) 이하가 그것이다. 이 기준은 이미 시판되는 저염 장류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산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주요 장류 기업들은 기존 대비 나트륨을 약 25% 줄인 저염 간장·된장을 출시했고, 특히 흥미로운 점은 저염이 곧 맛의 저하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는 염화칼륨 등 대체 소재를 활용해 나트륨을 25%가량 낮추어도 된장의 이화학적 품질이 나빠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² 오히려 소금 농도를 크게 줄인 저염 된장에서 감칠맛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발효가 만드는 아미노산 감칠맛이 짠맛의 일부를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3. 재해석 — “발효된 장의 소금은 다르다”는 반론

여기서 이야기가 한 겹 더 흥미로워진다. 저염화 흐름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발효식품인 장류를 단순히 ‘소금 덩어리’로 취급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라는 반론을 제기한다.

전북대병원 연구진이 임상연구 리뷰를 통해 밝힌 내용을 보면, 장류의 소금은 단지 짠맛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발효 유익균을 늘리고 부패균을 억제하는 필수 성분으로 작용한다.³ 소금이 없으면 애초에 ‘발효’가 아니라 ‘부패’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나트륨의 체내 작용에 관한 데이터다. 이 리뷰에 따르면 동물실험에서 **간장과 된장에 함유된 소금의 체내 대사는 일반 소금과 달랐으며, 혈압을 높이지 않았다.**³ 또한 고혈압·당뇨를 함께 앓는 환자에게 한식을 12주간 공급한 연구에서는, 장류 섭취량이 늘었음에도 혈당이 조절되고 혈압이 오르지 않았으며 비만 억제 효과까지 관찰됐다고 한다.³

이런 ‘역설’을 설명하는 유력한 기전 중 하나가 칼륨(K)의 역할이다. 칼륨은 신장에서 나트륨의 재흡수를 억제하고 소변을 통한 배출을 촉진한다.⁴ 콩으로 만든 장류와 김치 같은 발효식품에는 칼륨이 함께 들어 있어, 나트륨의 혈압 상승 작용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치가 혈압·혈당·중성지방 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들도 이 맥락에서 해석된다.⁵

다만 이 대목은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연구들은 아직 동물실험이나 소규모·특정 조건의 임상이 많고, “장은 아무리 먹어도 괜찮다”는 결론으로 확대하기는 이르다. 요점은 **”발효라는 맥락을 무시한 채 나트륨 수치만으로 장을 재단해선 안 된다”**는 것이지, 짠 장을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4. 접점 — 전통과 건강, 둘 다 잡는 현실적 태도

그렇다면 요리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 두 관점을 어떻게 실전에 녹일 수 있을까. 핵심은 ‘장을 끊기’가 아니라 ‘똑똑하게 쓰기’다.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양은 줄이되 감칠맛으로 만족감을 채우는 것이다. 다시마·표고버섯을 우린 채수로 국물의 바탕 감칠맛을 잡으면, 된장을 덜 넣어도 깊은 맛이 난다. 여기에 잘 발효된 전통 장이나 저염 장을 쓰면 짠맛에 의존하지 않고도 풍미를 유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칼륨이 풍부한 재료를 함께 쓰는 것이다. 감자·시금치·버섯·콩나물 같은 채소를 장 요리에 곁들이면 나트륨 배출을 돕는 방향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된장국에 아욱이나 시금치를 넉넉히 넣는 전통 밥상의 조합이, 알고 보면 나트륨-칼륨 균형 면에서도 지혜로운 셈이다.

세 번째는 1인분 관점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100g당 수치에 겁먹기보다, 실제 한 끼에 들어가는 양과 국물을 남기는 습관에 집중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앞서 본 연구에서도 1인분과 염도를 각각 20%씩 줄이자 한 끼 총 나트륨이 최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¹

마치며 — 나트륨은 ‘적’이 아니라 ‘조절 대상’

전통 장류의 나트륨 이야기는 결국 이분법으로 끝나지 않는다. 장이 짜다는 것은 사실이고, 과잉 섭취가 위험한 것도 사실이다. 동시에, 발효라는 과정이 그 소금을 단순한 ‘나쁜 나트륨’과는 조금 다른 무언가로 바꿔놓는다는 연구들도 쌓이고 있다.

가장 현명한 태도는 아마도 이것일 테다. 장을 두려워해 밥상에서 몰아내기보다, 발효가 주는 감칠맛과 기능성은 취하되 양과 균형은 지혜롭게 관리하는 것.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 장과 현대 저염 건강식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지점에서 만난다.

이 글의 정보는 공개된 연구 자료와 공공기관 데이터에 근거한 일반적인 내용이며, 특정 질병의 예방·치료 효과를 보장하거나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특히 발효 나트륨의 혈압 관련 효과에 관한 연구들은 아직 추가 검증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고혈압, 신장질환 등으로 나트륨 섭취 조절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의사나 영양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및 출처

  1. 지앙린 외, “장류와 고나트륨 한식 대표 음식의 나트륨 함량 및 염도 저감화 기준치 개발”, 『Journal of Nutrition and Health』 52(2), 2019 — 장류 100g당 나트륨·염도(간장 5,827mg/14.65% 등), 저감화 기준(간장 4,500mg 등), 양념류가 나트륨 섭취의 38.3% 차지. https://e-jnh.org/DOIx.php?id=10.4163/jnh.2019.52.2.185
  2. Kim MY 외, “나트륨 저감화에 따른 된장의 품질 특성”, 『한국식품저장유통학회지』 24(6), 2017 — 대체 소재 활용, 나트륨 25% 저감 시 품질 열화 없음. https://www.ekosfop.or.kr/archive/view_article?pid=kjfp-24-6-771
  3. 정수진(전북대병원 교수), “장류의 기능성과 과학적 가치” 세미나 발표 (2022 장류기술세미나) — 발효 장 소금의 발효균 촉진·유해균 억제, 간장·된장 소금의 체내 대사 차이 및 혈압 비상승, 한식 12주 임상. 『푸드아이콘』 보도. https://foodic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610
  4. 칼륨의 나트륨 배출 촉진 및 혈압 조절 관련 자료(신장에서 나트륨 재흡수 억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매거진 등.
  5. 김치의 혈압·혈당·중성지방 개선 효과 및 칼륨·발효 관련 연구 보도 — 발효식품과 대사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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