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된장 맛의 차이: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장맛 비교

같은 콩, 같은 메주인데 왜!

강원도 된장은 구수하고, 전라도 된장은 깊고, 경상도 된장은 짜고 진할까요?

그 답은 기후와 소금, 그리고 ‘무엇을 더 넣느냐’에 있습니다.

조리서와 식품연구원 데이터로 그 비밀을 풀어봅니다.

“장맛은 손맛”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집 장맛 좋다”는 말을 들어봤을 겁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장맛’이 단순히 만드는 사람의 솜씨만이 아니라 지역의 기후와 자연 조건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입니다.

전통 된장은 콩으로 메주를 쑤고, 소금물에 담가 발효시킨 뒤 간장을 떠내고 남은 건더기로 만듭니다. 재료는 전국이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도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의 된장은 색도, 짠맛도, 향도 확연히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세 지역 된장을 조리 방식과 과학적 근거를 통해 비교해 보겠습니다. (된장이 발효되는 미생물학적 원리가 궁금하다면 된장 숙성 중 일어나는 발효 미생물의 과학적 원리 글을 함께 읽으면 이해가 훨씬 쉬워집니다.)

왜 지역마다 장맛이 다를까? — 세 가지 변수

지역별 장맛 차이를 만드는 핵심 변수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기후(온도와 습도) 입니다. 발효는 미생물의 활동이고, 미생물은 온도에 민감합니다. 따뜻한 남부는 발효가 빠르고, 추운 산간은 느립니다.

둘째는 소금 농도(염도) 입니다. 더운 지역일수록 상하지 않게 소금을 많이 넣어 짜게 담그는 경향이 있습니다.

셋째는 부재료 입니다. 발효를 돕기 위해 무엇을 더 넣느냐에 따라 맛의 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곡물(찹쌀·보리·엿기름), 바닷물, 김칫국물 등이 지역마다 다르게 쓰였습니다.

이 세 가지 틀로 세 지역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강원도 된장 — 추위와 싸우기 위해 곡물을 더하다

강원도, 특히 산간 지역은 겨울이 길고 기온 차가 큽니다. 이 혹독한 기후가 강원도 된장의 성격을 결정했습니다.

전통적으로 강원도에서는 음력 1~2월에 장을 담그면 두 달쯤 뒤에 장을 떴습니다. 문제는 추위였습니다. 온도가 낮으면 발효가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에, 강원도 사람들은 엿기름·찹쌀가루 같은 곡물을 넣어 발효를 도왔습니다. 곡물의 당분이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발효를 촉진하는 원리입니다. 그 결과 강원도의 대표 장인 ‘막장’은 구수하고 부드러운 단맛이 도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영동 지역 어촌의 방식입니다. 이곳에서는 소금물에 바닷물을 섞어 장을 담그기도 했습니다. 소금이 귀하던 시절, 바다에서 얻은 자원을 활용한 생활의 지혜였습니다.

강원도 된장의 품질은 데이터로도 확인됩니다. 한국식품연구원과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이 전국 전통인증 된장 24종을 분석한 연구에서, 강원도산 전통인증 된장은 간 섬유화 지표(α-SMA) 억제 활성이 65%로 전국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습니다.¹ (참고로 이는 실험실 세포·동물 수준의 연구 결과이며, 질병 치료 효과를 단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라도 된장 — 별미장의 고장, 깊고 다채로운 맛

전라도는 예로부터 음식 문화가 발달한 지역답게, 된장에서도 다양한 ‘별미장’ 이 발달했습니다. 단순히 콩과 소금으로 끝나지 않고, 지역과 집안마다 개성 있는 장을 만들어 온 것이 전라도 장 문화의 큰 특징입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예를 보면 그 다채로움이 잘 드러납니다. 부안 지방에서는 ‘찌금장(찌엄장)’을 먹었는데, 10월에 메주를 쑬 때 메줏가루에 김칫국물을 넣어 익힌 것입니다. 발효식품에 또 다른 발효식품(김치 국물)의 풍미를 더한 셈이죠. 나주 된장은 띄운 누룩을 가루 내어 찹쌀과 함께 넣고 오이·가지·고춧잎을 더해 익혔고, 전주 된장은 진찹쌀밥에 메줏가루와 엿기름가루를 섞고 여러 채소를 넣어 익혀 먹었습니다.

이처럼 전라도 된장은 곡물과 채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감칠맛과 깊이를 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흔히 전라도 음식을 ‘중간맛’, 즉 재료의 조화와 깊이를 중시하는 맛으로 평가하는 것과도 통합니다.

기능성 연구에서도 전라도의 저력이 확인됩니다. 앞서 언급한 식품연구원 연구에서 전북 지역에서 수집된 전통인증 된장은 모두 60% 이상의 α-SMA 억제 활성을 보였습니다.¹ 또한 이 연구는 전국 24종 중 전라도 제품이 6종으로 가장 많이 포함되었을 만큼, 전라도가 전통 된장의 주요 산지임을 방증합니다.

경상도 된장 — 짜고 진한 맛, 그리고 ‘막장’의 지혜

경상도 된장의 첫인상은 ‘짜다’입니다. 실제로 전통적으로 경상도는 서울보다 짜게 장을 담그는 편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후에서 장이 상하지 않도록 소금을 넉넉히 넣은 것입니다. 대신 짜게 담근 만큼 발효가 안정적으로 진행되어, 50~60일이면 장을 뜰 수 있을 만큼 비교적 빠른 편이었습니다.

경상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속성 된장인 ‘막장’ 입니다. 막장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방식으로, 정식 된장처럼 오래 숙성시키지 않고 메주 덩어리를 빻아 비교적 빠르게 만들어 먹는 장입니다. 손이 많이 가는 정통 방식 대신 실용성을 택한 서민의 지혜라 할 수 있습니다.

지역 안에서도 방식이 갈립니다. 밀양 된장은 독특하게, 삶은 콩에 쌀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뜸을 들인 뒤 작게 빚어 말립니다. 그리고 이 말린 메주를 가루로 보관하다가, 먹을 때 고추·무·다시마·고춧가루·마늘 등을 넣어 그때그때 숙성시켜 먹었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신선하게 만들어 먹는 실용적인 방식입니다.

기능성 연구에서도 경상도의 존재감은 뚜렷합니다. 경북 지역에서 수집된 전통인증 된장은 α-SMA 억제 활성이 74%로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¹ 짜고 진한 맛 뒤에 숨은, 오랜 발효가 만들어낸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한눈에 보는 세 지역 된장 비교

구분강원도전라도경상도
기후 조건춥고 일교차 큼온난, 음식문화 발달상대적으로 따뜻함
담그는 시기음력 1~2월음력 10월(메주)10월 메주·정월 장
염도 경향보통보통짜게 담그는 편
핵심 특징엿기름·찹쌀 등 곡물 첨가로 발효 촉진별미장 발달, 곡물·채소 활용속성 된장 ‘막장’, 짜고 진한 맛
대표 장강원 막장부안 찌금장, 나주·전주 된장경상 막장, 밀양 된장
맛의 인상구수하고 부드러운 단맛깊고 다채로운 감칠맛짜고 진한 끝맛

세 지역을 관통하는 원리는 하나입니다.

 “기후가 소금과 부재료를 결정하고, 그것이 곧 장맛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가장 맛있는’ 된장은?

지역별로 맛의 방향이 다를 뿐,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습니다. 구수한 단맛을 원하면 강원도식, 깊고 다채로운 맛을 원하면 전라도식, 진하고 강한 맛을 원하면 경상도식이 어울립니다. 요리에 따라 궁합도 달라집니다. 담백한 나물무침에는 순한 된장이, 진한 된장찌개나 쌈장에는 짜고 진한 된장이 잘 맞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모든 차이가 조상들이 자기 고장의 자연에 맞춰 최적화한 발효의 결과물이라는 점입니다. 된장 한 숟갈에 그 지역의 기후와 역사, 생활의 지혜가 담겨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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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및 출처

  1. 김인선·박소림·이소영·임성일·최신양(한국식품연구원 발효기능연구단), 송진(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이용과), “국내 전통식품 품질인증 된장의 간 섬유화(α-SMA) 억제 효과 연구” — 전국 전통인증 된장 24종(강원 4·경기 4·충청 3·경상 4·전라 6·제주 3) 분석. 대한급식신문 보도(http://www.f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338)
  2. “발효식품 – 된장의 지역별 특징” (전통 조리 방식별 지역 된장 정리 자료), dollarbox 아카이브
  3. 농림축산식품부·한식진흥원 전통 장류 문화 자료
  4.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된장’, ‘막장’ 항목 — https://encykorea.aks.ac.kr

※ 본문에 소개된 된장의 건강 기능성(α-SMA 억제 등)은 실험실 세포·동물 수준의 연구 결과이며, 특정 질병의 예방·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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