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기간에 따른 된장 맛의 변화: 1년 숙성과 3년 숙성, 무엇이 다를까

“묵은 된장이 더 맛있다”는 말, 과학적으로 사실일까?

시골 할머니 댁 장독에서 몇 년씩 묵은 된장을 떠올려 보자. 색은 진한 갈색을 넘어 거의 검게 변했고, 향은 짙고 묵직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오래 묵은 된장을 “진짜 깊은 맛”이라며 귀하게 여긴다.

그런데 정말 오래 숙성할수록 무조건 좋아지는 걸까? 1년 된 된장과 3년 된 된장은 실제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다행히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국내 연구들이 꽤 축적되어 있다. 심지어 30년 묵은 된장까지 분석한 연구도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숙성 기간에 따라 된장의 색, 맛, 향, 그리고 영양·기능성 성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실제 실험 데이터를 근거로 짚어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무조건 오래”가 아니라 조금 더 흥미롭다.

1. 색의 변화 — 노란빛에서 짙은 갈색으로

숙성 기간에 따라 가장 극적으로,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띄게 변하는 것은 이다.

한국식품연구원 연구팀이 1년부터 9년까지 숙성된 된장을 분석한 결과, 숙성 기간 동안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이 바로 표면 색도였다. 숙성 기간이 길어질수록 밝기(명도)와 황색도(노란빛)가 감소했다.¹ 30년 숙성 된장을 다룬 또 다른 연구에서도 명도는 숙성과 함께 점차 감소하고, 오히려 적색도는 25년·30년 숙성 된장에서 유의하게 높아졌다.²

즉 갓 담근 된장의 밝은 노란빛이 시간이 지나며 짙은 갈색, 나아가 검붉은 빛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 갈변의 정체는 **멜라노이딘(melanoidin)**이라는 갈색 물질이다. 숙성 중 콩 단백질에서 나온 아미노산과 전분에서 나온 당이 서로 반응(마이야르 반응)하면서 생성된다. 흥미롭게도 이 갈색 물질은 단순한 색소가 아니라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색의 변화는 곧 기능성 성분의 축적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2. 맛과 향의 변화 — ‘메주 맛’에서 ‘간장 맛’으로

색보다 더 본질적인 변화는 맛과 향에서 일어난다. 앞서 소개한 1~9년 숙성 연구는 관능(감각) 평가를 통해 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는데, 그 결과가 매우 명료하다.

숙성 기간이 늘어날수록 메주에서 오는 맛과 향은 감소하고, 간장 맛과 향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¹ 다시 말해 갓 담근 된장에서 느껴지는 구수하고 투박한 ‘메주 냄새’는 시간이 지나며 잦아들고, 대신 진하고 감칠맛 도는 ‘간장 같은 풍미’가 강해진다는 뜻이다. 여기에 점도(끈적함)와 갈색도, 간장 냄새도 함께 증가했다.¹

이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관능적 특성으로 군집 분석을 했더니 된장이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는 것이다. 바로 ‘1~5년 그룹’과 ‘6~9년 그룹’이다. 그리고 5년 이하 그룹 안에서도 1년, 2년, 3~5년으로 세분됐다.¹ 이는 1년 된장과 3년 된장이 감각적으로 뚜렷이 구별되는 서로 다른 맛의 단계에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정리하면 1년 된장은 상대적으로 밝은 색에 메주 본연의 구수함이 살아 있는 ‘젊은 맛’이라면, 3년 된장은 색이 짙어지고 간장 같은 감칠맛과 묵직한 풍미가 발달한 ‘깊은 맛’으로 자리 잡는다.

3. 감칠맛 성분의 반전 — 아미노태질소는 계속 늘지 않는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반전이 등장한다. 흔히 “오래 묵을수록 감칠맛이 계속 진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데이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된장의 감칠맛과 숙성도를 나타내는 대표 지표가 **아미노태질소(단백질이 분해되어 생긴 아미노산성 질소)**다. 1~9년 숙성 연구에서 측정한 수치를 보면 예상 밖의 흐름이 나타난다.¹

1년 숙성 된장은 1,052.5mg%였는데, 2~5년 숙성 된장은 오히려 904.0~997.0mg%로 다소 낮아졌고, 5년이 넘어가면서 다시 1,219.5~1,307.0mg%로 크게 증가했다.¹ 즉 감칠맛 성분이 일직선으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잠시 주춤했다가 장기 숙성에서 다시 치솟는 곡선을 그린 것이다.

이는 무엇을 뜻할까. 1~3년 구간에서 된장 맛의 변화는 감칠맛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서라기보다, 앞서 본 것처럼 향미의 성격(메주 맛→간장 맛)과 색·풍미가 재구성되는 과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감칠맛이 극적으로 축적되는 것은 오히려 5년 이상의 초장기 숙성에서 나타난다. 30년 숙성 연구에서도 유리아미노산 총량은 오히려 갓 담근 대조군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장기 숙성이 곧 유리아미노산 최대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²

4. 기능성의 변화 — 장기 숙성이 만드는 진짜 보상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오래 묵은 된장을 귀하게 여길까? 감칠맛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진짜 이유가 기능성 성분에 있다.

가장 극적인 사례가 **GABA(감마아미노부티르산)**다. GABA는 혈압 조절과 신경 안정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능성 물질이다. 30년 숙성 된장 연구에 따르면, GABA 함량이 갓 담근 대조군의 0.41mg/100g에서 2년 숙성 시 0.49mg/100g, 25년 숙성 시 20.60mg/100g, 그리고 30년 숙성 시에는 무려 30.57mg/100g으로 대조군 대비 약 74.6배나 증가했다.²

이소플라본의 형태도 변한다. 콩과 메주에서는 흡수가 어려운 배당체(glycoside) 형태가 77.1%를 차지했지만, 발효·숙성을 거친 된장에서는 흡수가 잘 되는 비배당체(aglycone) 형태로 전환됐다.¹ 즉 숙성은 영양 성분을 ‘몸이 흡수하기 좋은 형태’로 바꿔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만 항산화 활성에 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30년 숙성 연구에서 DPPH·ABTS 라디칼 소거 활성 등 항산화 활성은 숙성 기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150일 숙성 된장과 유사한 수준이었다.² 다시 말해 “오래 묵을수록 모든 기능성이 무한정 좋아진다”는 것은 과장이며, 성분마다 변화 양상이 제각각이라는 것이 정확한 사실이다.

5. 그렇다면 안전할까? — 장기 숙성 된장의 안전성

오래된 된장을 두고 흔히 걱정하는 것이 안전성이다. 이에 대해 1~9년 숙성 연구는 안심할 만한 결과를 내놨다. 아플라톡신 생성 곰팡이 등 위해 미생물이 모든 시료에서 검출되지 않아 미생물학적 안정성이 확인됐고, 염도 역시 숙성 기간에 따른 큰 차이가 없었다.¹ 30년 숙성 된장 연구 또한 품질 면에서 손색이 없어 식품으로 적합하다고 평가했다.²

다만 이는 소금 농도를 제대로 지켜 위생적으로 관리한 장독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가정에서 관리가 부실하거나 표면에 검은곰팡이 등 유해균이 핀 경우는 다르므로, 오래됐다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마치며 — ‘무조건 오래’가 아니라 ‘목적에 맞게’

정리해보자. 1년 된장과 3년 된장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3년 숙성 된장은 색이 짙어지고, 구수한 메주 향 대신 간장 같은 묵직한 감칠맛과 풍미가 발달하며, 기능성 성분(GABA·비배당체 이소플라본)도 점차 축적된다.

하지만 데이터가 알려주는 진짜 교훈은 “무조건 오래 묵힐수록 좋다”가 아니다. 감칠맛 성분은 중간에 주춤하기도 하고, 항산화 활성은 큰 차이가 없기도 하다. 결국 밝고 구수한 젊은 맛의 1년 된장과, 깊고 진한 3년 된장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개성이다.

찌개에 넣어 구수함을 살리고 싶다면 비교적 젊은 된장이, 진한 풍미와 감칠맛을 원한다면 오래 숙성한 된장이 어울린다. 시간이 만든 이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이해하고 목적에 맞게 고르는 것, 그것이 된장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이 글의 성분·기능성 정보는 공개된 학술 자료에 근거한 일반적인 내용이며, 특정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효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된장은 나트륨 함량이 높으므로 섭취량 조절이 필요하며, 가정에서 장기 보관한 장에 유해 곰팡이가 확인되면 섭취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및 출처

  1. 구경형 외, “전통 된장의 숙성 기간에 따른 감각·화학적 품질특성”,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43(5), 2014 — 1~9년 숙성 된장의 아미노태질소(1년 1,052.5mg%, 2~5년 904~997mg%, 5년 이상 1,219~1,307mg%), 색도·향미 변화(메주 맛↓ 간장 맛↑), 이소플라본 비배당체 전환, 미생물 안전성, 관능 군집(15년/69년).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Article.do?cn=JAKO201417048539257
  2. 오수정 외, “30년간 숙성시킨 된장의 품질 특성 및 항산화 활성 평가”, 『농업생명과학연구』 48(4), 2014, 경상국립대 — GABA 대조군 대비 30년 숙성 시 74.6배 증가(0.41→30.57mg/100g), 색도·무기물·이소플라본 변화, 항산화 활성은 유의차 없음, 식품 적합성.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1909558
  3. 임성일 박사팀, “된장 ‘갈변현상’ 지연기술 개발” — 갈변은 숙성 중 아미노산과 당의 반응(마이야르)으로 발생, 멜라노이딘의 항산화 역할. 『농업인신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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