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류의 해외 수출 현황과 K-소스 열풍의 배경

미국 대형마트가 ‘올해의 레시피’로 고추장을 뽑았다고?

2025년, 미국 전역에 약 560개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업체 **트레이더 조(Trader Joe’s)**가 발표한 ‘올해의 레시피’는 뜻밖의 메뉴였습니다. 바로 ‘꿀 고추장 콘 쿠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옥수수 반죽 겉면에 고추장을 발라 구운 쿠키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끼운, 상상만으로도 낯선 디저트였죠.¹

더 놀라운 건 현지 반응이었습니다. “이 레시피대로 만들려고 K-소스를 샀다”는 댓글이 쏟아졌습니다.¹ 짜고 매운 발효 조미료로만 알려졌던 고추장이, 태평양 건너에서 디저트 재료로 변신해 최고의 레시피로 선정된 것입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지금 세계 식탁에서는 **’K-소스 열풍’**이라 불릴 만한 거대한 흐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배경과 숫자를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1. 숫자로 보는 K-소스: 8년 만에 두 배로

먼저 수출 데이터를 살펴봅시다. K-소스의 성장세는 감(感)이 아니라 통계로 증명됩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한국 소스류 수출액은 2016년 1억 8,961만 달러(약 2,627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2024년에는 3억 9,976만 달러(약 5,540억 원)**로, 불과 8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¹

성장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25년 상반기 수출액은 이미 2억 1,189만 달러(약 2,936억 원)**를 기록했고, 이 추세라면 연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4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¹

품목별로도 성장이 뚜렷합니다. 고추장만 놓고 보면, 2020년 처음으로 5,000만 달러 선을 돌파한 이후 **2023년에는 전년 대비 17.8% 급증한 6,192만 달러(약 858억 원)**로 사상 최대 실적을 세웠습니다.¹

연도소스류 총 수출액특징
2016년약 1억 8,961만 달러주로 교민 대상 시장
2023년고추장 6,192만 달러 (+17.8%)고추장 사상 최대
2024년약 3억 9,976만 달러소스류 사상 최대
2025년 상반기약 2억 1,189만 달러연 4억 달러 돌파 전망

출처: 관세청·이코노미조선¹

특히 주목할 대목은 일본 시장입니다. 2025년 상반기 일본으로의 K-소스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8.5%**라는 폭발적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²

2. “이젠 교민이 아니라 현지인이 산다”

과거와 지금의 결정적 차이는 누가 사는가에 있습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과거엔 현지 동포를 대상으로 한 수출이었고, 그만큼 작은 시장이었다. 이젠 분위기가 달라졌다.”¹

실제로 K-소스는 이제 한식을 그리워하는 교민의 향수 상품이 아니라, 현지인의 일상 조미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배우 귀네스 팰트로가 2025년 7월 자신의 SNS에 김치와 고추장으로 한식을 만드는 영상을 올리자, 약 4주 만에 436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 것이 그 상징적 사례입니다.¹

시장 규모를 보면 이 흐름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소스 시장은 2028년 700억 달러(약 101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라면 시장의 약 4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² 아직 이 거대한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바꿔 말하면 성장 여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3. K-소스 열풍의 3가지 배경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이런 열풍이 불고 있을까요?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K-콘텐츠가 불을 지폈습니다. 한류 드라마와 영화가 K-푸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그 관심이 다시 소스 소비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라면과 떡볶이,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1회에 나온 ‘고추장 버터 비빔밥’ 레시피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 것이 대표적입니다.¹² 실제로 구글 트렌드 분석 결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개 후 ‘Korean Food’ 검색량은 75% 급증했습니다.²

둘째, 집밥 문화와 고물가가 수요를 끌어올렸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집밥 문화, 그리고 외식비 부담이 커진 고물가 상황에서, 간편하게 요리의 맛을 완성해주는 소스 제품의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²

셋째, ‘확장성’이 핵심입니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는 K-소스를 **’K-푸드의 반도체’**에 비유했습니다.² 이는 K-소스가 단순히 한식 재료에 그치지 않고, 다른 문화권 요리에 적용되어 새로운 맛을 창출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소개한 ‘고추장 쿠키’가 바로 이 확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입니다.

4. 기업들은 어떻게 세계를 공략하는가

K-소스 열풍의 뒤에는 국내 식품 기업들의 치밀한 전략이 있습니다. 접근 방식은 기업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삼양식품은 강력한 ‘불닭’ 브랜드를 라면에서 소스로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2024년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은 1조 3,3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으며, 이 중 불닭 브랜드 수출이 1조 1,500억 원으로 매출의 77.3%를 차지했습니다.¹

대상은 ‘청정원 순창 고추장’으로 미국·중국·동남아를 공략하며, 고추장 농도를 조절하고 튜브형 용기를 도입해 샐러드드레싱이나 디핑 소스로 쉽게 쓰도록 현지화했습니다.¹² CJ제일제당 역시 떡볶이 소스를 파스타·뇨키에 활용하는 레시피를 제안하는 등 현지 밀착형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²

샘표식품은 유기농 고추장과 ‘연두’ 브랜드로 미국·유럽 50여 개국을 공략해 2024년 해외 매출 630억 원을 돌파했고,¹ 동원홈푸드는 ‘김치 치폴레 마요’처럼 K-소스와 글로벌 소스를 결합한 퓨전 제품으로 틈새시장을 노립니다. 더본코리아는 수출 소스 패키지에 조리법을 담은 QR코드와 숏폼 영상을 넣어 현지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낮췄습니다.¹²

5. 전통의 가치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다

수출 통계 못지않게 의미 있는 사건이 2025년에 있었습니다. 서울 강남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가 한국 전통 발효장을 주제로 쓴 책 **『장: 한식의 영혼(Jang: The Soul of Korean Cooking)』**이, 미국 요리계 최고 권위인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 올해의 도서상을 수상한 것입니다.¹

이 책은 고추장·된장·간장 등 한식의 근간이 되는 장(醬)을 주제로 약 60개의 레시피와 깊이 있는 해설을 담았고, 미슐랭 3스타 셰프 에릭 리퍼트가 서문을 썼습니다.¹ 이는 K-소스가 단순한 가공식품 수출을 넘어, 전통 발효 문화 자산으로서 글로벌 무대에서 브랜드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성취입니다.

마치며: 유행을 넘어 정착으로

K-소스 열풍에서 가장 고무적인 신호는, 현지 소비자들이 스스로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고 공유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현지 식문화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잠재력을 의미합니다.²

콩과 소금, 그리고 시간이 빚어낸 한국의 발효장이, 이제는 미국 마트의 디저트가 되고 미슐랭 셰프의 책이 되며 100조 원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면, K-소스는 세계 식탁의 감칠맛을 책임지는 ‘식문화의 반도체’로 성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10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소스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아직 작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한계가 아니라 여백입니다. 그 여백을 채워나갈 다음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참고문헌

  1. 박진우, “K-소스, 수출 효자로 급부상 / 美 트레이더 조가 인정한 ‘고추장 쿠키'”, 이코노미조선 603호, 2025.09.08, https://economy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9/05/2025090500020.html
  2. 트레드링스(Tradlinx) 마켓트렌드, “K-소스 수출 4억 달러 시대, 고추장은 미국에서 ‘올해의 레시피’로”, https://www.tradlinx.com/blog/market-trend/k-소스-수출-4억-달러-시대
  3. 통상신문, “핫한 식문화 콘텐츠를 이끄는 K소스의 대명사 고추장”, https://tongsangnews.kr/webzine/1642301/sub2_3.html
  4. 위드바이어, “월마트서 아마존까지…해외 누비는 ‘고추장 진격’ 어디까지”, https://www.withbuyer.com/news/articleView.html?idxno=32386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