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도전하는 전통 된장 만들기: 초보자를 위한 발효 가이드

“나도 우리 집 된장 한번 담가볼까?”

마트 된장 대신 직접 담근 구수한 된장 한 항아리. 상상만 해도 뿌듯하다.

하지만 막상 도전하려면 겁부터 난다. “곰팡이 피면 어쩌지?”, “소금은 얼마나?”,

“실패하면 콩값·시간 다 날리는 거 아냐?” 이런 걱정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된장 담그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원리를 이해하고 몇 가지 핵심 포인트만 지키면 초보자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이 글은 처음 도전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순서로 하며 어디서 실패하는지,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실전 중심으로 정리했다. (장 담그기의 전체 과정과 과학적 원리를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시리즈의 ‘메주 만들기부터 장 담그기까지’ 편을 함께 참고하면 좋다.)

1단계: 좋은 메주 고르기 — 성공의 90%는 여기서 결정된다

초보자에게는 콩을 삶아 메주를 직접 띄우는 것보다 잘 띄운 메주를 사는 것을 강력히 권한다. 메주 띄우기 자체가 온도·습도 관리가 까다로운 별개의 공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떤 메주가 좋은 메주냐”다.

법보신문이 전통 장인의 조언을 정리한 바에 따르면, 잘 띄워진 메주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¹ 테두리는 황갈색을 띠고, 겉 표면에 흰색 곰팡이(또는 약간 거무스름한 곰팡이) 가 피어 있으며, 쪼개 보면 속이 황색을 띠면서 황록색 균사가 골고루 퍼져 있다. 속은 조금 덜 마른 듯 촉촉한 것이 좋고, 냄새는 구수하면서 단내가 난다.

반대로 피해야 할 메주도 명확하다. 푸른색 곰팡이가 핀 것, 겉이 지나치게 검은 것(쓰고 짠맛이 강해질 수 있음), 끈적거리거나 나쁜(쿰쿰한 잡균) 냄새가 나는 것은 좋지 않다.¹ 여기서 초보자가 꼭 알아둘 점: 메주에 흰 곰팡이가 핀 것은 정상이고 오히려 좋은 신호다. 된장은 애초에 콩에 유익한 곰팡이(고초균 등)를 배양해 발효시키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곰팡이라는 단어에 놀라 좋은 메주를 버리지 않도록 하자.

2단계: 재료와 도구 준비

메주를 구했다면 나머지 준비물은 단순하다. 천일염(가급적 1년 이상 간수를 뺀 것)깨끗한 항아리(옹기), 그리고 부재료로 숯·마른 고추·대추 정도다. 숯과 마른 고추는 잡균을 억제하고 나쁜 냄새를 흡착하는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준비는 항아리 소독이다. 굵은 소금으로 항아리 안을 닦아낸 뒤 헹구고, 마지막에 끓는 물로 소독하거나 짚·마른 쑥을 태워 연기로 소독한 다음 완전히 말린다. 항아리에 물기나 잡균이 남으면 나중에 곰팡이의 원인이 된다.

3단계: 소금물 만들기 — 실패를 가르는 ‘염도’

된장 담그기에서 가장 실패하기 쉬운 지점이 바로 소금물 농도다. 너무 싱거우면 곰팡이가 피고, 너무 짜면 발효가 더뎌지고 지나치게 짠 된장이 된다.

전통적으로는 소금과 물을 부피 기준 약 3:10 비율로 섞는다. 메주:소금:물의 비율을 대략 1 : 1~1.2 : 3~4 정도로 잡는 자료도 많다.² 하지만 소금 상태에 따라 실제 염도가 달라지므로, 초보자에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예로부터 전해온 ‘달걀 띄우기 테스트’ 다. 소금물에 깨끗한 날달걀을 띄웠을 때, 달걀이 수면 위로 500원 동전 크기만큼 떠오르면 적정 염도다. 이보다 많이 뜨면 너무 짠 것, 아예 가라앉으면 너무 싱거운 것이다.

소금물은 장 담그기 하루 전에 미리 만들어 소금을 완전히 녹이고 불순물을 가라앉힌 뒤, 맑은 윗물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4단계: 담그기와 기다림

소독한 항아리에 메주를 차곡차곡 넣고, 준비한 맑은 소금물을 붓는다. 이때 메주가 소금물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그 이유는 잠시 후 설명한다). 대나무를 열십자로 걸치거나 깨끗한 돌·무거운 것으로 눌러 메주가 잠기게 한다. 마른 고추·숯·대추를 띄우고, 망사나 천으로 입구를 덮어 벌레가 들어가지 못하게 한 뒤 뚜껑을 덮는다.

담그는 시기는 전통적으로 정월(음력 1월) 이 최적으로 여겨진다. 날이 추워 잡균 번식이 억제되고, 이후 서서히 기온이 오르며 발효가 안정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후 40~60일가량 발효시키면 메주가 충분히 우러나고 부드러워진다. 이때 메주 건더기를 건져 으깨면 된장이 되고, 남은 검은 국물이 간장이 된다. 하나의 메주에서 된장과 간장이 함께 나오는 것이다. 가른 된장은 다시 항아리에 눌러 담아 최소 한 달 이상, 길게는 여러 해 숙성시킨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겪는 문제와 해결법

여기서부터가 초보자에게 가장 실질적인 부분이다. 함평의 한 전통 메주·된장 생산자가 정리한 곰팡이 문제의 원인과 대처법은 다음과 같다.³

먼저 곰팡이가 왜 피는가. 주된 원인은 ① 잡균 침입, ② 소금 농도가 낮아 염도가 부족한 경우, ③ 햇볕·바람 부족으로 통풍이 나쁜 경우, ④ 메주가 소금물 위로 떠올라 공기와 접촉한 경우 다.³ 4단계에서 메주를 눌러 잠기게 하라고 강조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공기에 노출된 메주 표면은 곰팡이가 가장 잘 피는 자리다.

곰팡이가 폈을 때는 어떻게 할까. 우선 당황하지 말자. 전문가는 “곰팡이가 폈다고 절대 버리지 말라”고 강조한다. 장이 살아서 발효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³ 구체적 대처법은 이렇다. 표면의 곰팡이는 국자·조리로 걷어낸다. 너무 싱거워서 곰팡이가 폈다면 소금을 더 녹여 넣어 염도를 높인다. 메주가 떠 있으면 대나무 등으로 눌러 잠기게 한다. 그리고 항아리를 햇볕과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는 것이 핵심이다. 맑고 볕 좋은 날 뚜껑을 열어 햇볕과 바람을 쐬어 주면 곰팡이 예방에 크게 도움이 된다.

된장을 가른 뒤 표면 곰팡이 예방법도 유용하다. 된장 표면을 랩이나 비닐로 빈틈없이 밀착해 덮거나, 소금을 비닐에 펴서 표면을 덮는 방법, 고추씨가루를 약 2cm 두께로 덮는 방법, 그리고 김이나 다시마로 표면을 덮는 방법이 있다. 김에 든 요오드 성분이 곰팡이를 억제해 준다고 한다.³

한편 오래 방치한 항아리에 구더기(벌레) 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개 입구 관리(망·천 밀폐)가 부실해 파리 등이 접근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촘촘한 망으로 입구를 잘 막아두면 예방할 수 있다.

숙성 중 관리: 매일 열어줄 필요는 없다

의외로 초보자가 오해하는 부분이 관리 빈도다. 항아리 뚜껑을 매일 열어줄 필요는 없다. 맑고 볕 좋은 날 낮에 열어 햇볕과 바람을 쐬어 주고, 해가 지기 전이나 비가 올 때는 반드시 닫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곰팡이·잡균이 번식하기 쉬우므로, 비를 맞지 않게 하고 뚜껑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알아두면 좋은 안전 수칙

즐거운 도전이지만 안전은 놓치지 말자. 앞서 강조했듯 푸른색·검푸른 곰팡이가 심하게 피거나 심한 악취가 나는 경우, 표면을 걷어내는 수준을 넘어 상태가 명백히 이상하다면 무리해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흰 곰팡이(정상)와 유해 곰팡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초보자라면, 첫 도전에서는 지나치게 저염으로 담그기보다 적정 염도(달걀 테스트 통과) 를 지키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완성된 된장은 나트륨 함량이 높으므로 조리 시 소금량을 함께 조절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본 글의 내용은 전통 방식과 공개된 자료에 기반한 일반적 안내이며, 식품 안전은 개별 상황(위생·온도·보관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태가 의심스러운 발효식품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실패해도 괜찮다, 발효는 관대하다

된장 담그기는 완벽을 요구하는 작업이 아니다. 좋은 메주를 고르고, 적정 염도를 맞추고, 메주를 소금물에 잠기게 하고, 햇볕과 바람을 쐬어 주는 것—이 네 가지만 지키면 대부분 성공한다. 곰팡이가 조금 피어도 걷어내고 관리하면 되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발효의 원리를 몸으로 배우게 된다. 올 정월, 작은 항아리 하나로 ‘우리 집 된장’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시간이 빚어내는 구수한 맛은, 마트 진열대에서는 결코 살 수 없는 것이다.


참고문헌

  1. 공선림, “제대로 된 메주 한눈에 고르기 — 흰색 곰팡이가 장맛 결정해요,” 『법보신문』, https://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822
  2. “된장 만드는 방법,” 전통장자료실 (메주:소금:물 = 1 : 1~1.2 : 3~4 비율), https://crlove.co.kr:8093/board/bbs/board.php?bo_table=data&wr_id=2
  3. 함평나비메주·된장, “간장·된장에 곰팡이 피는 이유와 해결 방법,”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gold_nabi/220949308331
  4. 이상희, “[된장 담그기 도전해볼까] 메주·소금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농민신문』, https://www.nongmin.com/article/20170220079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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